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축구싶냐 : 경험담)스트레스가 사람을 바꿔놓는 과정

15665593615259.jpg
올해 3월부터 딱 오늘까지 6개월 편돌이를 했음

그만두게돼서 쓰는 글임. 더 하면 진짜 분노조절장애 올까봐..

6개월을 한군데에서 일했던게 아님

내가 지금부터 얘기할 문제의 편의점은 3개월만 했음.

그 이전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편의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사람 마주보는게 좋고 접객하는게 재밌고 난생 처음보는 손님과 사적인 얘기를 하며 그 사람의 세상을 알아가는게 재미있었음.

서비스직이 내 천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음.

그러다가 돈을 더 많이 벌고싶어서 근무시간이 훨씬 길고 최저 챙겨주는 편의점으로 옮겼음.

옮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때까지만해도 애초에 '화'라는게 없는 성격이기도 해서 화도 잘 안나고 화가 나더라도 잘 참는 사람이였어.

아무튼 옮긴 편의점은 정말 헬이였어

일단 유흥가 근처 야간이라 취객은 기본으로 오고 근처에 창녀촌도 있어서 창녀들, 포주도 많이 왔고 조폭도 심심찮게 왔었어. 거기다가 지역특성상 중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왔어.

기억나는 단골 얼굴만 30명정도 돼.

여기서 첫 근무를 시작하고

첫날부터 진상을 받아버렸어. 후술할텐데 이사람은 인간수준의 진상이 아니야.

그사람이 5000원짜리 40장을 들고와선 10000원짜리 20장을 달라고 돈통을 열라고 했고

나는 시키는대로 돈통을 열고 만원짜리를 셌어.

정확히 18장

있는거 다 달라길래 그럴순 없다했지

애초에 만원짜리 부족해서 내가 ATM기에서 뽑아서 10장 채워넣은거였거든..

근데 진짜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는듯이 불같이 화를 냈어

그래도 나는 정말 FM대로 굽실거리면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어.

그래도 나는 바꿔주지 않았어.

편의점이 은행도 아니고 돈을 바꿔주는게 의무가 아니라 호의를 베푸는 행위인건데 마치 의무인듯이 당당하고 뻔뻔하게 요구를 했어.

안바꿔주니까 나갔다가 1시간쯤 뒤에 돌아와서

계좌를 빌려달랬어.

일단 이사람은 포주야. 계좌를 빌려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고 한번 빌려주면 그다음부턴 아주 권리인듯 착취하려들게 뻔해서 카드 안들고왔다고 구라쳤어.

죽일듯이 노려보더라

무시하려고했는데 시선을 안거두길래 또 굽실거리면서 정말 카드를 안들고왔다고 거짓말을 했어.

이사람과 있던 일을 전부 풀려면 얘기가 참 길어질거같아서 여기까지 하는데 이사람은 정말 내가 미디어를 통해, 혹은 실제로 접한 사람들을 모두 통틀어 생각해봐도 가장 최악의 인간이야. 그 누구도 이사람에게 범접할 수 없어.

이사람이 매일 왔어.

매일 이런 트러블이 생겼고.

이사람뿐이였겠어?

매일 취객이 와서 알수없는말을 쏟아내고 욕하고 개드립에 안웃으니 내 이름 석자 또박또박 부르면서 야단치고 음료수OR라면국물 쏟아두고 말도안하고 도망치고

중국인이 와서 중국말하고 이상한돈주거나 돈 덜주고 도망치려하고

동남아계열 여자들이 와서 물류박스 다 헤집어두고 허리쓰다듬고 내가 깜짝놀라니 낄낄대고 알수없는말 하면서 내가 어리둥절해하는거 보고 낄낄대고

미치는줄 알았어.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제정신을 유지했던것같아.

그러던 어느날

다리를 저는 사람이 편의점 문을 열고 머리만 내민다음 "한라산 한갑." 이라고 말한 다음 바로 다시 문을 닫았어.

뭐지? 싶었는데 문 바로 앞에서 담뱃불을 붙이더라고

그러고선 문틈으로 4천원만 내밀었어

나는 카운터에서 받아보려 몸을 기울였는데

그사람이 팔을 진짜 아주 조금만 더 뻗어줬어도 받을 수 있었는데 그사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나를 쳐다보고만있었어

결국 나는 돈을 나가서 받아와야겠다고 판단했고 카운터를 빠져나가려는 찰나

"아 지금 담배피고있잖아!!! 와서 받아 이새끼야!!!"

라고 소리를 질렀어

놀라고 화났지만 꾹 참고 가서 돈을 받고 담배를 전해주려고 다시 담배챙겨서 편의점 밖으로 나갔어

담배를 주고 다시 돌아서서 들어오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저 씨빨쌔끼가.." 라고 했어.

내가 잘못들었나? 싶기도 했고 정말 욕을 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서 다시 문을 열고

"네?" 라고 했는데

그 아저씨는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 이새끼야!!!"

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제가 뭔가 잘못한게 있나요?" 라고 물어봤는데 내 얼굴과 이름표를 번갈아보고

"쯧." 하더니 갈길 가시더라고

나도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서 앉았어.

이때부터였던것같아

속에서 뭐가 욱 하고 올라오더라고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을까?

저사람은 도대체 왜 나한테 욕을 했을까?

나는 진짜 이사람들의 욕받이로 일하고 있는걸까?

이사람들은 도대체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편의점 알바라는 이유만으로 이런식으로 대할까?

이해할 수 없는 궁금증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궁금증은 곧 분노로 바뀌었어

카운터를 주먹으로 여러차례 치기도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는데도 나아지지 않았어

결국 나는 편의점 문을 잠그고 이사람을 쫓아 나갔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지만 이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고

나는 이날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두통때문에 잠을 거의 못잤어.

이 사건 이후로 진상손님들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보였어.

전부 받아주니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있기도 했고.

나는 소위 말하는 싸가지없는 알바가 되어가고있었어.

더이상 사람좋은 웃음은 지어보일 수 없었고

착한 단골손님들이 오실때마다 했던 말이 사무치게 와닿았어.

"알바가 한달에 한번씩 바뀌네."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그 누구도 한달 이상은 못버텼던거구나..

아니다 한달마다 바뀌려면 적어도 2주 전부터 그만둔다는 의사를 내비쳐야 하니까 다들 2주정도밖에 못버텼던거구나..

싶었어

그래도 여기 아니면 달리 일할곳도 없고 버텨야겠다는 생각이였어

진상들이 진상짓 할때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이제는 느낄 수 있었고 나에겐 너무 생소한 느낌이였어.

내 성격이 급격히 바뀌었단걸 체감할 수 있을정도로 성격이 바뀌었어.

욕받이 사건으로부터 일주일이 안되어서 또 취객손님과 크게 싸웠어.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이사람이 먼저 진상짓을 한건 맞는데 내가 유연하게 넘겼다면 싸움까진 안했겠다 싶어.

싸우다가도 그냥 참고 끝낼 수 있었는데 내가 광전사처럼 물고늘어지며 계속 싸웠어

이날 일이 끝나고 나는 진짜 너무 무서웠어

이성을 되찾을 수가 없이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머리는 정말 터져버릴것처럼 아팠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할것같아 싸움 녹취내용 전문을 웃대에 옮겨적었어

반응은 상이했는데

첫번째로, 나를 위로하며 나와 싸운사람을 욕하는 댓글과

두번째로, 상대방도 나쁜사람이긴 한데 작성자인 나 또한 사회생활을 하긴 어려운 성격이며 서비스업엔 맞지 않다는 댓글들이였어.

그리고 두번째 부류의 댓글이 달리자 그 이후엔 그냥 원색적인 비난, 혹은 본인의 주관에 맞지 않자 내가 나 유리한대로 글을 썼다고 비아냥대는 댓글.

그리고 아예 내가 쓴 글 자체가 없었던 일이며 전부
내가 지어낸 주작글이라는 댓글.

수십개가 달렸고

분명 내가 잘못한 행동들을 꼬집어주는 댓글들에도 내 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내가 나쁜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변호했어.

첫번째 부류와 두번째 부류의 댓글들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의 댓글들을 보고 나는 다시 속에서 뭔가 욱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댓글을 정말 막달았던것같아.

분명한건 내가 소설을 쓴거라 여겨 녹음물 원본을 받아볼 수 있겠냐고 비아냥대는 댓글들에 녹음물 원본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느냐? 라고 물어보면 답변은 달리지 않았어.

이후 잠을 한숨 자고 평온한 상태에서 생각을 정리했어.

그때 35시간동안 잠을 안잔 상태였거든..

글이 글자로 읽히지가 않더라고..

아무튼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나를 꼬집어주는 댓글들을 보며 내 잘못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댓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였고

내가 나 유리한대로 글을 썼다고 여기는 댓글들, 애초에 글 자체가 허구라고 여기는 댓글들을 보자마자 또다시 심각한 두통을 느꼈고 나는 곧장 웃대 계정을 삭제했어.

진상들이 주는 스트레스로 내 정신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지 오래였고 나는 이때 내가 정말로 죽기 직전이였다고 생각해

죽기는 싫었으니 이제 마음가짐을 고쳐먹었어

'나를 인간답게 대하지 않는놈들을 나도 인간답게 대하지 않겠다.'

조금만 진상짓을 해도 바로 맞받아쳤어.

상대방이 나에게 했던것보다 심하게 받아치진 않았어서 싸움으로 번진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분명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개싸가지없는 알바'로 비쳤겠지.

그리고 지금은 일을 그만둬서 정말 평온한 상태인데 지금와서 이때 일을 돌이켜보면

내가 아닌 뭔가에 씌였던것같은 느낌이 나.

내가 이상한짓을 했던걸 책임회피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로.

아무튼 이제는 그만둬서 행복하다.

하나 둘씩 시간에 맞춰 오는 단골손님들한테 내가 그만둔다고 얘기했고 덕담을 주고받았어

3개월동안 정말 지옥같았던 시간들이였지만 그래도 섭섭하더라..
0 Comments
상단으로 가운데로 하단으로